<THE FLEX> 248호, 클릭! Vol.248|2026. 08. 28
Editor’s Le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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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매경LUXMEN> 안재형 기잡니다. 8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아, 아직 금요일이죠. “벌써~”라며 세월이 참 빠르다고 말을 건네는 게 나이 든 증거라던데, 요즘 참 시간이 빨리도 갑니다.^^ 그만큼 공사다망하다는 의미겠지요.
(그냥 나이든거라고요. 컥 >.<)
우선은 불금을 즐기시죠. 그럼 <더플렉스> 출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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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 이 주의 트렌드
👑Brand Talk : 이 브랜드가 요즘 최고!
👓Focus : 이 정돈 알아야쥐~!
🥂Holiday : 떠나 볼까요?
💍이주의 Pick : 핫 아이템
👀Hot Spot : 이 곳도 모르고 트렌드세터라고?
😮궁금증 클리닉 : 구독자 여러분의 질문(레터)에 발품 팔아 답변하는 코우너!
(궁금한 사항을 ssalo@mk.co.kr로 보내주세요)
💨Oh! My Sale : 각 브랜드의 세일 소식 등 다양한 내용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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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Talk
호텔이 바꾸는 지역관광
지방 호텔들이 지역민과 문화를 엮어 로컬 콘텐츠 편집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박수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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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호텔은 어떻게 ‘가야 할 이유’를 만드는가
지방 호텔들이 지역의 사람과 문화를 엮어내는 로컬 콘텐츠 편집자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여행 트렌드는 단순한 장소 방문에서 테마와 여정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보다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순간까지의 경험 전체가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느냐가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역시 한국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K-컬처, K-뷰티, 의료 서비스 등을 향유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이에 발맞춰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은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 연계 상품이나 차별화된 웰니스 프로그램을 잇달아 시도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지방이다. 매력적인 여정을 설계하려면 볼거리와 체험, 그리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지방 여행은 오랫동안 강원·제주·부산 등 특정 지역의 맛집 탐방 위주로 소비되어왔다. 이로 인해 지역 관광지의 높은 물가 문제와 함께 볼거리 및 체험 콘텐츠의 부족이라는 한계가 반복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공백을 메우기 시작한 주체가 바로 지방의 호텔들이다. 이들은 지역의 사람과 창작물, 숨은 이야기를 호텔이라는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여 독창적으로 편집하기 시작했다. 투숙객에게 공간을 넘어선 고유의 여정을 제안하며 이른바 ‘지역 콘텐츠의 편집자’로 거듭난 셈이다. 로컬의 가치를 자산화하며 이 흐름을 선도하는 맨 앞자리에 라한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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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태어난 브랜드
라한호텔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2017년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호텔현대를 인수한 뒤 새롭게 선보인 토종 호텔 브랜드다. 2018년 호텔 현대 바이 라한 울산을 리뉴얼했고, 2019년 라한호텔 포항을 그랜드 오픈했으며, 2020년에는 라한셀렉트 경주를 리뉴얼하고 라한호텔 전주를 새로 열었다. 불과 3년 사이 라한은 동해와 서남해를 잇는 5개 거점 호텔 체인으로 자리 잡았다. 라한은 ‘지역별 최적화’와 ‘브랜드 통일성’의 공존을 내세웠다. 다섯 호텔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경주에서는 천년 고도의 자연과 유적을, 전주에서는 한옥마을의 정취를, 목포에서는 다도해의 풍광을, 울산에서는 도심 속 올인클루시브의 편의를, 포항에서는 동해 일출의 서정을 전한다. 지역을 배경으로 소비하기보다, 콘텐츠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라한셀렉트 경주다. ‘셀렉트’는 일반적인 것과 구별되는 라한의 최상위 브랜드를 뜻한다. 보문호수를 끼고 선 이 5성급 호텔은 430실, 9가지 객실 타입을 갖췄다. 그러나 라한셀렉트 경주를 단순한 대형 리조트로 부르기는 어렵다. 부대시설 하나하나가 ‘경주에 가야 할 이유’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1층의 라이프스타일 북스토어 겸 카페 ‘경주산책’이 대표적이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테마 서가에 1만여 권의 큐레이션 도서를 갖췄고, 로컬 디자이너의 소품과 굿즈가 공간을 채운다. 힙한 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으로 팝업스토어와 북토크, 아트워크 협업 전시가 이어진다. 여기서 호텔은 잠을 파는 곳이 아니라 ‘북캉스’라는 체류 경험을 파는 곳이 된다. 로컬 푸드 편집숍 ‘경주상점’은 경주 로컬 맥주와 지역 쌀로 만든 조청 바른 유과를 팔고, 유럽 마켓 콘셉트의 셀렉트 다이닝 ‘마켓338’은 미쉐린 가이드와 방송에 소개된 셰프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호텔 안에서 완성되는 경주 여행’을 지향한다. 라한호텔의 야심찬 실험은 ‘로컬상생 프로젝트’다.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대형 호텔이 지방에 들어서면 관광객은 늘지만, 그 소비가 반드시 지역 경제로 흐르지는 않는다. 호텔이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해결할수록 골목 상권과 지역 창작자는 오히려 소외될 수 있다. 라한은 이 딜레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호텔을 ‘지역의 매력을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길을 택했다. 로컬 청년 창업가 및 지역 예술가와 협업해 지역의 개성이 담긴 콘텐츠를 선보임으로써, 방문객에게는 로컬의 숨겨진 매력을 알리고 지역에는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경주는 이 프로젝트의 모범 사례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2024년 4월 30일 경주시 청년감성상점과 ‘청년 로컬 상품 판로 지원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주시가 로컬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역 정착을 돕기 위해 운영하는 청년감성상점의 상품을, 호텔 내 북스토어 ‘경주산책’에 별도 매대를 마련해 전시·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첨성대와 다보탑을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책갈피, 눈금자, 연화문 단청 키링 같은 굿즈가 경주 여행을 기념할 이색 제품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협약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3년 연속으로 이어졌으며, 호텔이 매년 3000만원 이상의 상품을 직접 매입해 청년 창작자의 지속적인 활동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대형 상업 자본과 지역 청년 창작자가 연대해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고 지역 상권의 체질을 바꾸는, 작지만 분명한 실험이 경주에서 시작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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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호텔이 콘텐츠에 사활을 거는 이유
지방 호텔들의 이 같은 실험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문법이다. 서울 일부 도심 호텔만 호황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이 지방 호텔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이유가 선명해진다.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5년 서울·부산·제주 관광호텔 거래금액은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4500억원 줄었는데, 이 축소된 시장 안에서도 거래는 압도적으로 서울에 쏠렸다. 부산과 제주의 거래량은 전년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적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제 브랜드가 요구하는 수요 규모와 항공 접근성, 브랜드 스탠더드를 충족할 개발 여건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탓에, 글로벌 체인들은 사업 전개를 서울에 몰아넣고 부산·제주에서는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미미하다. 서울의 호텔이 입지와 자본, 글로벌 브랜드의 후광 위에서 경쟁한다면, 지방의 호텔은 스스로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다. 호스피탈리티 전문가들은 “지역 콘텐츠라는 토대 없이 호텔 하드웨어만 지방에 이식하는 개발은 성공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지역 콘텐츠와 매력적인 여정을 설계하지 못하면 호텔 준공과 동시에 수요 공백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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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호텔들의 상생·재생 지형도
여정의 콘텐츠가 부족한 지방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호텔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역을 콘텐츠로 바꾸고 있다. 그 방식의 차이를 들여다보면 ‘지방 호텔 상생’의 지형도가 그려진다. 부산 기장의 아난티 코브는 ‘목적지 창출형’이다. 해운대와 광안리에 가려 관광 지도의 변방에 머물던 기장은, 아난티 코브가 들어서면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호텔이 기존 상권에 올라탄 것이 아니라, 없던 목적지를 새로 만들어낸 것이다. 리조트 내 서점 ‘이터널 저니’는 베스트셀러 중심의 진열을 걷어내고 수십 가지 테마로 서가를 짜고, 내부 전시와 심야책방, 북토크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북캉스’라는 체류형 문화 소비를 창출했다. 이제 아난티 코브는 단순한 리조트를 넘어 지역 사회·문화 활성화의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소비를 문화로, 문화를 다시 지역의 자산으로 전환한 사례다. 제주 서귀포의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는 ‘로컬 문화 큐레이션형’이다. 세계적 리조트 디자이너 빌 벤슬리가 인테리어를 맡은 국내 첫 호텔로 2023년 문을 연 이 리조트는, 제주의 자연과 정서를 공간 언어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의 삶을 프로그램으로 큐레이션한다. 해녀의 삶과 제주 식문화를 소개하는 ‘차롱: 해녀의 여우물 밥상’, 셰프와 함께 제주 향토 떡을 빚는 ‘제주 오메기떡 맹글기’, 로컬 다원 및 로스터리와 협업해 만든 시그니처 블렌드 커피, 그리고 제주올레 7코스 산책까지. 럭셔리 리조트가 제주라는 섬의 문화적 결을 투숙객의 여정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충주 수안보의 유원재는 ‘지역 재생형’이다. 수안보는 고려부터 조선까지 임금이 탕치를 위해 찾던 ‘왕의 온천’이자 1970~80년대 신혼여행지로 호황을 누린 온천 마을이었지만, 이후 오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유원재는 바로 그 침체한 수안보 한복판에 등장해, 잊힌 한국의 온천 문화를 되살리는 한국형 프리미엄 온천 호텔을 제시했다. 건축가 양진석은 한옥과 서원의 배치에서 영감을 얻어 객실마다 개별 정원과 온천을 갖춘 단층 구조로 공간을 설계했고, ‘건축이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공유한 건축주와 오랜 고민을 거쳤다. 판교에서 KTX로 이어지는 접근성까지 더해지면서, 쇠락하던 온천 도시는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이 향하는 지점은 하나다. 콘텐츠가 부족한 지방에, 호텔이 여정의 재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백상석 라한호텔 부사장은 “호텔은 지역관광을 설계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진단에 따르면, 앞으로 지방 호텔이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은 객실의 화려함이 아니라 지역 관광지와 맛집, 체험 정보를 얼마나 깊이 있게 연결하고 큐레이션하느냐에 달려 있다. 호텔이 지역이라는 콘텐츠의 편집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왜 지방 호텔들이 부대시설과 상생 프로젝트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지 보여준다. 경주산책의 청년 굿즈 매대, 목포의 청년 기획 여행, 전주의 서학동 투어, 제주의 해녀 밥상, 수안보의 온천 문화 복원은 모두 ‘호텔 안에서 시작해 지역 전체로 확장되는 여정’을 설계하는 장치다. 투숙객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는 것이 아니라, 호텔이 편집한 도시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호텔이 지역을 채우고, 지역이 호텔을 완성하는 이 선순환이야말로, 콘텐츠가 부족한 지방에서 여정의 시대를 여는 가장 현실적인 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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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iday
침묵의 공간이 감성 트레킹 코스로, 동해 무릉별유천지
폐광산이 빚어낸 에메랄드빛 기적
거대한 굴착기가 암반을 깎아내던 굉음은 오래전에 사라졌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 맑고 푸른 물이 차오르더니 에메랄드빛 호수가 됐습니다. ‘속세와 떨어진 유토피아’라 불리는 ‘무릉별유천지’의 시작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지금의 자리는 바로 그 당시에 문을 연 쌍용C&E(옛 쌍용시멘트)가 석회석을 채광하던 광산(무릉 3지구)이었어요. 50여 년의 채광 작업을 마치고 푸른 호수를 품게 된 광산은 이제 한 해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매년 6월에 열리는 라벤더 축제에만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네요. 그럼 요즘은 어떨까요. 한여름 유토피아는 산 너머 잡힐 듯 보이는 동해의 시원한 바람이 몸을 휘감아 돕니다. 라벤더 정원을 정리하고 새로운 꽃밭을 일구는 손길도 분주하죠. 가을맞이란 게 이런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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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에서 별천지로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두타산(1357m)과 청옥산(1407m) 자락에 안기듯 자리한 이곳은 ‘하늘 아래 경치가 최고 좋은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어요. 문 닫힌 광산에 304억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돼 107만㎡의 복합체험관광단지를 조성했으니 당연한 일 아닌가 싶지만, 호수와 산등성이를 잇는 산책로(동해소금길 제3코스, 무릉별유천지 옛길)에 서면 산업 유산과 자연이 교차하며 색다른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지금도 쌍용C&E 동해공장이 자리한 삼화동 일대는 석회석 광산을 개발하며 이름을 알린 곳이에요. 무릉3지구는 이후 1978년부터 2017년까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굴착기와 발파음이 끊이지 않던 채석장이었어요. 하루에도 수십 대의 트럭이 오가며 시멘트 생산의 핵심 원료인 석회석을 공급했는데요. 그 땅이 버려진 건 2017년 이후. 그런데 채광을 멈추고 모든 장비가 철수한 웅덩이에 지하수와 빗물이 차오르더니 석회석 성분과 어우러지며 에메랄드빛 색조를 띠기 시작했어요. 청옥호(靑玉湖)와 금곡호(金谷湖)라 이름 붙은 두 호수는 그렇게 태동합니다. 어떤 이는 기적이라 했고, 다른 이는 선물이라 했어요.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게 아니라 시간과 자연이 협업해 빚어낸 우연의 산물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동해시가 그 우연에서 기회를 봤어요. 동해시와 쌍용C&E, 중앙정부가 협력한 ‘무릉권역 상생 복구 방안’ 사업이 4년간 공들여 진행되며 무릉별유천지를 갈고닦게 됩니다. 그렇게 2021년 11월, 무릉3지구는 새로운 손님으로 트럭 대신 관광객을 맞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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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길 옛길, 5㎞ 산책로
이곳에서 놓쳐선 안 될 산책로는 ‘동해소금길 제3코스’에요. 이름하여 ‘무릉별유천지 옛길’. 약 5㎞에 이르는 길은 과거 이 지역 사람들이 실제로 소금을 지고 다니던 금곡동 옛길을 따라 그대로 조성됐어요. 바다에서 나는 소금이 산간 내륙으로, 산에서 나는 임산물이 해안으로 오가던 일상의 길이 지금은 푸른 호수를 곁에 두고 걷는 감성 산책로가 됐어요. 길은 완만합니다. 급격한 경사나 험한 바위 없이 숲길과 호숫가 데크, 옛 광산 도로의 흔적이 교차하며 이어지죠. 발밑의 돌 하나하나가 수십 년 전 이곳을 오가던 사람들의 발자국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와 자연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걷는 이에게 말을 건네옵니다. 그렇게 산책을 끝내고 들르게 되는 별마루 카페는 어쩌면 최종 보상 같은 공간이에요. 시그니처 메뉴는 ‘콘크리트 빙수’. 삽 모양의 숟가락으로 떠먹는 빙수 위에 콘크리트 가루처럼 흩뿌린 토핑이 색다르더군요. SNS상에선 이미 유명한 무릉별유천지의 명물 먹거리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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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만든 에메랄드 보석
무릉별유천지의 심장은 역시 두 개의 호수에요. 청옥호와 금곡호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청록에서 비취, 때로는 깊은 남빛으로 변하는데요. 두 호수를 둘러싼 웅장한 석회석 절개면은 이 풍경의 또 다른 주인공이에요. 수십 년의 채광이 남긴 수직 절벽은 1억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지층을 드러내며 새삼 세월의 두께를 실감하게 합니다. 청옥호에선 라벤덕이라 불리는 전동 오리배, 파티보트, 문보트, 페달카약까지 다양한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어요. 이곳의 대표 시설이자 국내 최초로 설치된 왕복형 글라이딩 시설 ‘스카이글라이더’도 그중 하나에요. 총길이 777m, 최고 125m 상공에서 호수를 가로지르는 이 레저 시설은 최대 4명이 탑승 가능한 왕복형 구조로 설계됐어요. 가는 길과 오는 길에서 각각 다른 각도로 청옥호와 금곡호, 두타산과 청옥산의 능선을 둘러볼 수 있어요. 무릉별유천지가 가장 유명해지는 시기는 5500평 규모의 라벤더 정원이 보랏빛 물결로 물드는 6월 축제 기간이에요. 폐광지의 보랏빛 변신이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에요. 그럼 그 이전과 이후는 어떨까요. 봄이면 벚꽃과 산수유,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에메랄드 호수, 가을은 단풍, 겨울은 설경이 공간을 채웁니다. 꽃이 졌다고 라벤더 정원이 없어진 건 아니에요. 너른 정원을 가득 메운 향은 사계절 내내 객을 반기는데요. 살짝 잎을 따 손에 부비면 한동안 향이 코끝을 떠나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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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비빔의 미학
장은수 문학평론가의 칼럼입니다. 금요일 아침, 커피와 함께 즐겨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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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믹스가 세상에 처음 나온 건 1976년 12월이다. 인스턴트커피와 프리마(분말 크리머)와 설탕을 섞어서 작은 봉지에 담은 제품으로, 종이컵에 쏟은 후 뜨거운 물을 붓고 살짝 휘저어 마시면 그만이었다. 커피의 쓴맛을 우유의 부드러움과 설탕의 단맛으로 감싸,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 걸작이었다.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틈새책방)에서 진용선은 커피믹스를 “인스턴트 커피에 크리머와 설탕을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배합한 ‘꿀조합’ 커피”라고 칭송했다. 이전에 믹스커피가 없었던 건 아니다. 미국 내전 때 이미 커피와 우유와 설탕을 섞어 딱딱하게 굳힌 ‘에센스 오브 커피’를 캔에 담아서 북군 병사들에게 보급했다는 말이 전한다. 그러나 병사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기술적 한계에 군수업체의 부정부패가 더해져서, 딱딱하게 굳거나 상한 상태로 지급되곤 했기 때문이다. 병사들 반발 탓에 얼마 못 가 배급이 중지됐다. 커피믹스는 달랐다.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휴대하기 편했으며, 뜨거운 물만 부으면 언제든 최적의 커피 맛을 냈다. 진용선에 따르면, “커피믹스는 해방 이후 근대화를 목표로 한 빠른 경제 성장 속에서 하나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진 ‘빨리빨리’ 문화에, 정보와 재료가 함께 버무려지는 통합과 융합 과정에서 생겨난 초유의 발명품”이었다. 이 창의적 상품은 한국인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집이나 학교, 사무실이나 공장, 식당이나 댄스 홀, 거리나 운동장 등 곳곳에서 사람들이 한 봉 45원짜리 싸고 맛 좋은 커피를 즐기며 도란도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커피믹스의 달콤 쌉싸름한 맛보다 인간을 매혹하는 맛은 많지 않다. 단맛은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탄수화물에서 나는데, 우리 몸이 가장 환영하는 맛이다. 반면에 쓴맛은 독성 물질에서 느끼는 맛으로, 혀끝에 닿는 순간 인간의 몸을 강하게 긴장시킨다. 그래서 아이들은 살짝만 달아도 더 달라고 아우성치고, 조금만 써도 곧장 뱉어낸다. 자연은 복합적이고, 문화는 대단히 오묘하다. 우연히 음식을 구했는데, 단맛과 쓴맛이 함께 느껴지면 먹어야 할까? 위험에 따른 성취에 우리 뇌의 보상회로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안전한 맛인 단맛, 짠맛(미네랄), 감칠맛(단백질), 기름맛(지방)에 위험한 맛인 쓴맛, 신맛(부패)을 가미한 음식은 먹고 살아남으면 도파민 분출을 일으킨다. 달콤 쌉싸름한 맛이나 달콤새큼한 맛에 우리가 더 집착하는 이유다. 쓴맛, 단맛, 기름맛을 이상적 비율로 뒤섞은 커피믹스가 점차 인기를 끌고 지금껏 사랑받는 건 아주 자연스럽다. 이 맛은 인간을 매혹한다. 2017년 특허청 설문조사에서 훈민정음, 거북선, 금속활자 등과 함께 ‘한국을 빛낸 10대 발명품’에 선정되었을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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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Mix), 그러니까 뒤섞기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 문화의 중요한 한 특징이다. 이미 존재하는 온갖 음식을 한 상에 벌여놓고 골라 먹는 양반의 반상 문화도, 정성껏 요리한 갖은 음식을 한 그릇에 몰아넣고 비벼 먹는 서민의 비빔밥 문화도 모두 섞음에 바탕을 둔다. 더 나아가 수렴과 융합은 고정성과 정체성에 집착하지 않고 유동성과 개방성을 바탕 삼아 고유의 창조성을 이룩해온 한국 문화의 핵심특징이기도 하다. 역사 내내 한국인은 대륙과 해양, 북방과 남방에서 온갖 문물들을 받아들여 그 원리와 실상을 깊이 탐구한 후, 그 이질적인 것들을 뒤섞어 조합하고 거기에 아이디어를 덧대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을 만들곤 했다. 가령, 아파트는 근대 주거 기술의 모든 편의성을 집약한 후, 그 위에 온돌 문화를 뒤섞은 독창적 건축 양식이다. 커피믹스도 같다. 커피도, 설탕도, 크리머도 모두 바깥에서 들여왔으나, 그들을 한 봉지에 담아 독특한 맛을 이룩한 ‘커피믹스’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문화 실천이다. 일찍이 백남준은 이를 ‘비빔밥의 미학’이라는 말로 간결히 정리한 바 있다. 비빔은 이질적인 것을 아무렇게나 뒤섞는 게 아니다. 남는 음식을 대충 쓸어 넣고, 되는대로 섞으면 사료나 퇴비일 뿐이다. 제대로 조리한 비빔밥이라면, 밥은 고슬고슬하고, 나물은 아삭아삭하고, 버섯은 졸깃졸깃하고, 고기는 폭신폭신해야 한다. 그 각각의 맛은 지나치게 쓰거나 시거나 달거나 맵거나 비리면 안 된다. 음식 하나하나는 비비기 좋게 가늘고 자잘해야 하고, 그릇에 담을 때는 오색에 맞게 정갈히 놓여야 한다. 따로 먹어도 맛있는 개성 강한 음식을 모으고 섞어 더 맛있게 조리하는 건 무척 어렵다. 더욱이 그게 새로운 요리로 느껴질 때까지 나아가려면 대담한 상상력과 상당한 공이 들어간다. 백남준은 “청탁병탄(淸濁倂呑)할 배짱”과 “헐렁헐렁 살 수 있는 유머”가 있어야 융합적 창조성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청탁병탄이란 맑은 것과 흐린 것을 함께 삼킨다는 말로, 넉넉한 도량으로 세상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능력이다. 낯설고 어색한 것을 자기 안에 받아들이면서도 끄떡없는 담대한 성품 없이는 이것저것 비벼서 새로운 걸 만들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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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헐렁은 살아 있음의 본질이다. <웃음>(문학과지성사)에서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생명을 시공간의 변화에 맞춰 “공존하는 갖가지 요소를 동시에 펼쳐 보이는” 것으로 정의한다. 생명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주변 배치에 따라 항상 유연하게 자기 모습을 바꾸어간다. 완전히 단단히 고정돼 절대 변하지 않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엔 정통도 없고, 본질도 없다. 자라는 곳이 바뀌면 귤은 얼마든지 탱자가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발끝에 돌부리가 걸리면, 매일 오가는 거리라도 당장 걷는 법을 바꿔야 한다. 기존에 걷는 법을 고집하는 사람은 자빠져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그래서 베르그송은 웃음을 “살아 있는 것에 덧씌워진 기계적인 것”으로 정의한다. 어떤 것이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계처럼 어제의 동작을 반복할 때 웃음이 우리 안에서 저절로 터져 나온다. 이것저것 뒤섞어 벌여놓고, 그곳에서 번뜩이는 창조성을 기꺼이 즐기는 것, 이것이 비빔의 정신이다. 한마디로, 비빔의 문화는 이질성의 만남이다. 그건 비위 강한 배짱과 헐렁한 유머의 힘으로써 사물들을 낡아빠진 배치에서 끄집어내서 낯설고 새로운 배치 속으로 밀어 넣고 거세게 휘저을 때 생겨나는 창의성이다. 그건 한 사물을 궁구하고 파고드는 창의성과 실천 양식이 다르다. 그래서 백남준은 비빔을 “둘 이상의 문화가 같은 공간에서 충돌,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것은 서로 다른 뿌리에서 나온 것들을 나란히 정렬하고, 서로 맞부딪히고 갈등하고 쟁론하도록 정교히 배치함으로써 그 안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솟아나도록 하는 일이다. 일찍이 백남준은 음악과 영상, 조각과 연행, 문학과 미술, 동양과 서양이 한 작품 속에서 텀벙텀벙 서로 드나들며 뒤섞이고 어우러져 완전히 새로운 예술로 재탄생하는 혼종의 창조성을 보여주었다. 다매체 시대를 맞아 이것저것 뒤섞어 볼 것이 넘쳐나는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옛것에 집착하지 않는 비빔의 창조성이 아닐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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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 등장한 ‘아반떼’는 국산 준중형 세단의 기준이 됐어요. 이후 30여 년간 7세대에 이르는 변신을 거듭하며 한국인의 첫차이자 생애주기 전반의 이동 수단으로 자리매김합니다.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디 올 뉴 아반떼’는 2020년 7세대 출시 이후 6년 만에 등장한 완전 변경 모델이에요. 단순한 페이스리프트가 아니라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응축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달라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대차의 디자인 언어인 ‘아트 오브 스틸’을 바탕으로 완성된 볼륨감 있는 펜더와 H-에지 라이팅이에요. 전장은 4765㎜로 기존 대비 55㎜나 늘었고, 휠베이스도 30㎜나 확장돼 준중형이란 구분이 옅어질 만큼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어요. 실내는 도어 암레스트와 센터 콘솔이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대칭적인 레이아웃을 적용해 기존 모델의 스포티한 DNA를 계승했고, 조수석 전방의 크래시패드와 도어 암레스트 등에 가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안락한 감성의 디자인을 더해 아늑한 공간을 구성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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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캐빈, 트렁크가 분리된 정통 3박스 세단의 비례를 지키며 몸집을 키운 존재감은 그동안 세단 본연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헤리티지를 이어온 아반떼만의 독창적인 연장선이에요.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장점인 소프트웨어가 추가됐어요. 새로운 아반떼에는 ‘더 뉴 그랜저’에 이어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가 탑재됐어요. 현대차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의 최전선에 투입된 셈이죠. 준중형 세단에서 AI 비서와 앱 마켓,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기본 성능이 된다는 건 SDV 기능의 대중화 선언이기도 해요.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0과 1.6 하이브리드 등으로 운영되는데요. 동급 차량 중 처음으로 적용된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2와 SBW P단 긴급제동 등 다양한 안전 사양도 제대로 실속 챙긴 기능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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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서울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제스트(ZEST)’가 전면 리뉴얼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열었어요. 파티세리 섹션과 음료 바 등 공간 전반을 재단장했는데요. 각 라이브 스테이션에 파인 다이닝 수준의 시그니처 메뉴를 새롭게 선보였다는군요. 고객이 셰프의 추천 메뉴와 페어링을 직접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디스커버리 다이닝’ 콘셉트를 도입했다는데, 5개의 라이브 스테이션을 따라 하나의 코스를 즐길 수 있게 기획됐다네요. 가장 큰 특징은 국내 호텔 뷔페 최초로 선보이는 언더카운터 오픈형 라이브 커피 바에요. 시야를 가리지 않는 개방형 바에서 바리스타와 소통하며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답니다. 셰프가 직접 선보이는 라이브 젤라또 스테이션도 빼놓을 수 없어요. 아~ 가고 시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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