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우리나라의 기후가 위스키 만들기에 오히려 적합하다던데요.
제가 위스키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우리와 스코틀랜드는 기후 자체가 너무 달라서 만들 수 없을 거라고 했어요.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한 10년 사이에 전 세계에 수십 개의 증류소가 생겼어요. 특히 대만, 인도, 일본은 스코틀랜드와 기후가 완전히 다른데도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인도 위스키가 생소한 분들도 있을 텐데, 유명세를 탄 지 10년이 좀 넘었어요. ‘암룻’이라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인도, 일본, 대만이 3강이랄 수 있죠. 스코틀랜드와 전혀 다른 기후에서도 충분히 다른 스타일의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에요.
-오래 숙성된 위스키가 비싸고 맛있다는 공식은 이제 깨질 때가 된 거군요.
위스키나 와인은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가치를 매기는 방법 중 가장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게 숙성 연수죠. 판매자 입장에서도 편한 방법이고요.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관념들이 변하고 있습니다. 위스키도 저숙성이지만 평가가 좋은 제품이 늘고 있어요.
-김창수 위스키는 사실 출시 전엔 거의 알려진 게 없었어요. 홍보도 없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셈인데.
판매처 정도만 알리고 홍보는 일부러 안 했어요. 위스키를 아는 분들 사이에선 이미 알려지기도 했었고, 워낙 규모나 생산량이 적어서 오히려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웠거든요. 위스키 도수도 높고 맛도 독특해서 대중적인 홍보는 아예 안 했습니다.
-오픈런에 나선 이들 중엔 MZ세대가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에요. 젊은 층들이 소비하다보니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도 원하는 건 어떻게든 찾아서 적극적으로 소비합니다. 정보력이 훨씬 빨라요.
-첫 번째 김창수 위스키를 평가한다면.
숙성 연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작업이었다고나 할까. 누가 마셔도 맛있는 스타일의 싱글몰트 위스키.
-아직은 영세하다고 소개했는데, 첫 위스키를 판매하고 나서 수입은 어느 정도였나요.
수입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이것저것 따져보면 오히려 적자죠. 어떤 분들은 비싸다고 하고 또 업계 분들은 왜 그리 싸게 내놨냐고 하세요. 유통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22만5000원부터 24만5000원까지 가격이 책정됐던데, 제가 출고한 가격은 부가세 빼고 18만원입니다. 한 병을 팔면 제게 18만원이 들어오는 거죠. 여기서 주세, 교육세 등등을 제하면 병당 약 8만원이 수중에 떨어지는데 병 값, 라벨 값, 디자인, 유통비, 물류비, 생산비, 재료비, 인건비 등등을 빼면… 아직은 적자죠.
-아니 그럼 남는 게 없는 장사를 왜 하는 겁니까.
앞으로를 보고 합니다.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빚만 십 수억이에요. 증류소를 운영하는 데 한 달 비용이 수천만원씩 들어갑니다. 1년이면 몇 억이 되죠. 원액을 담는 캐스크들도 대부분 수입하거든요. 지금 거의 2년간 운영했는데, 그동안 수입이 2000만원대예요. 10배 이상의 돈을 쓴 셈이죠. 그래도 앞을 보고 갈 겁니다.
-제품이 출시된 후 투자자가 꽤 나섰을 법한데.
네, 많은 연락이 왔어요. 벤처캐피털이나 지자체 등지에서 수많은 제의가 왔고, 대기업들도 관심이 높아져서 제게 자문을 해달라는 곳도 있었습니다. 어떤 곳은 지금도 꾸준히 자문을 하고 있어요.
-고려하는 투자 제안도 있는 겁니까.
증류소를 차릴 때부터 전 이곳이 쇼케이스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독립영화를 만들어 성공하면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거라고 확신했어요. 여기선 실력을 입증하자고….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는데, 아마 올해 당장 이전해 규모를 키운다 해도 제품 생산까지 3~4년은 걸릴 겁니다. 간섭이 없다면.(웃음)
-두 번째 김창수 위스키가 곧 출시된다던데.
이르면 8월, 늦으면 9월에 나올 예정이에요. 첫 제품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입니다. 숙성 연도는 크게 차이가 없고요. 맛과 재료는 전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지 알려달라는 분들이 많은데, 벌써부터 첫 작품의 아류들이 나오더군요. 따라서 하는 곳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한 가지만 알려드리면, 피트향은 전혀 없습니다.
-해외 혹은 면세점에서 김창수 위스키를 만날 수도 있는 겁니까.
앞으로 시간이 필요할 뿐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로 인정받으려면 3년 이상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곳에서 3년짜리가 나오면 해외진출에 나설 생각입니다. 위스키 사업 안착에는 10년 정도 보고 있어요. 현재까지 10년 대계로 첫 작품이 나왔다면 지금부터 10년 대계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생각입니다. 아, 제가 여러 위스키 평가 사이트에 저희 위스키를 보냈는데 최근에 위스키 펀(whiskyfun.com)이란 곳에서 87점을 받았어요. 웬만한 18년, 21년산 위스키에 버금가는 점수라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위스키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디 내놔도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위스키지만 향후 소주나 막걸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주에도 체계화된 시스템을 만들어서 접근하려고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이미 매진됐다는 김창수 위스키를 살짝 맛볼 수 있었어요. 병입이 잘못돼 반품된 제품이라는데, 한 모금 머금으니 입안에 후욱~하고 상큼한 과일향이 퍼지더니 피트한 향이 치고 들어왔습니다. 도수는 54.1도로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알코올의 과한 향이나 맛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