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EX> 83호, 클릭! Vol.83|2023. 3. 23
Editor’s Let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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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매경LUXMEN> 안재형 기잡니다. 지난 20일부터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습니다. 3년 만에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뀐 거죠. 의료기관이나 약국, 감염취약시설에선 아직 써야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장소에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왔습니다. 어떠십니까. 훨씬 편안해지셨습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버스나 지하철 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압도적이던데요.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70%가 “아직은…”이라고 답했다더군요.(저도 그렇지만^^) 어쩌면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의무보다 ‘쓸 수도 있다’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왠지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더 플렉스>를 선택해주신 구독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THE FLEX>는
💬Editor’s letter : 이 주의 트렌드
👑Brand Talk : 이 브랜드가 요즘 최고!
👓Focus : 이 정돈 알아야쥐~!
🥂Holiday : 떠나 볼까요?
💍이주의 Pick : 핫 아이템
🏂Hot Spot : 이 곳도 모르고 트렌드세터라고?
😮궁금증 클리닉 : 구독자 여러분의 질문(레터)에 발품 팔아 답변하는 코우너!
(궁금한 사항을 ssalo@mk.co.kr로 보내주세요)
💨Oh! My Sale : 각 브랜드의 세일 소식
등 다양한 내용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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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Talk
한국에 온 ‘파베르제’
혹시 파베르제라고 들어보셨나요. ‘유럽 장식 미술의 최고 거장’ ‘제정 러시아를 대표하는 예술가’ ‘황실 공식 주얼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달걀’… 이 모든 수식어가 바로 ‘파베르제(FABERGÉ)’에 대한 찬사인데요. 전세계 부자들이 사랑하는 파베르제가 한국에 공식 진출했습니다. 지난 3월 10일 조선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첫 공식행사에 다녀왔는데요. 전시해놓은 달걀과 시계 등 100여점의 오브제가 그야말로 휘황찬란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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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MPERIAL EGG | 그 유명한 황실 달걀
우선 눈에 띄는 건 ‘임페리얼 에그’였어요. <007시리즈>와 <오션스 트웰브>에 등장한 바로 그 작품입니다. 특히 <오션스 트웰브>에선 훔쳐야 하는 대상으로 출연했었지요. 파베르제의 황실 달걀은 1885년 러시아 알렉산더 3세의 의뢰로 시작됐는데요. 러시아 정교회에선 부활절에 가족, 친지에게 달걀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데, 황제와 귀족들이 이러한 풍습을 업그레이드(?!)시킨 겁니다. 알렉산더 3세가 결혼 20주년을 기념해 황후 마리아 표도르브나를 위해 파베르제에게 부활절 달걀 제작을 의뢰했고, 파베르제는 달걀을 열면 황금으로 정교하게 세공된 암탉과 왕관, 루비 펜던트가 나오는 예술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총 50개가 제작된 파베르제의 황실 달걀은 1917년 러시아 혁명 때 일부가 분실돼 지금까지 총 44개만이 발견됐다는데, 도대체 6개는 누가 어떻게 어디서 보관하고 있는 걸까요. 그것보다 얼마냐고요? 2014년에 1887년 작품이라 추정되는 달걀이 런던에서 팔렸는데, 그때 가격이 무려 440억원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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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비저네르 듀얼타임존 워치, 컴플리케 피콕 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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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HG Winning Watches | 시계 업계의 오스카 상,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과거 귀족과 왕실만 보유할 수 있던 탁상시계나 회중시계를 제작한 파베르제는 2015년부터 손목시계로 영역을 확장했는데요. 그러니까 이젠 손목시계 브랜드로서의 명성도 꽤 높아졌습니다. 시계 공방을 설립하자마자 2년 연속 스위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the 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에서 수상하며 어깨에도 힘이 바짝 들어갔어요. 그럴 만도 한 게 GPHP는 명품 시계의 관문과도 같은 ‘시계업계의 오스카’라 불리거든요. 파베르제는 2015년 공작의 날갯짓을 아름다운 분침으로 표현한 ‘레이디 컴플리케 피콕’으로 ‘레이디스 하이 메케니컬 워치’ 부문 최고상을, 2016년 다이얼 중앙의 확대경으로 세컨드 타임존을 표시한 ‘파베르제 비저네르 DTZ’로 트래블 타임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파베르제는 어떤 브랜드일까요. 파베르제는 현재 영국의 글로벌 보석회사인 ‘젬필즈(Gemfields)’를 모회사로 두고 있어요. 젬필즈는 친환경적인 채굴과 생산방식을 추구하는 유색석 공급사죠. 내로라는 명품들이 하이 주얼리에 사용하는 모잠비크산 루비와 잠비아산 에메랄드 광산을 소유하고 있어요. 루비 시장의 60% 이상, 에메랄드 시장의 30% 이상을 잼필즈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파베르제는 2013년에 젬필즈에 인수되며 유색석 공급이 직접 주얼리 메종이 됐어요. 파베르제의 성장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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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국내 첫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으로 매운맛 승부
“한류 바람 탄 K-위스키가 글로벌 태풍이 될 겁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백봉산 중턱.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차를 돌렸지만 길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경사진 골목을 따라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더니 저 앞에 수십 개의 오크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이 바로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을 만들고 있는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인데요. 최근 ‘기원 위스키 배치1’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도정한 대표가 “알코올 도수 40도에 끝 맛이 맛있게 매운 배치1은 이미 미국 등지에 해외수출 일정이 잡혔다”며 “미국 유통사에 한국산 싱글몰트가 언제 입고되느냐는 고객 문의가 너무 많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하더군요. 과연 한국산 위스키가 전 세계를 휘어잡을 수 있을까요. 도정한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전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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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가 트렌드 된 현재, 위스키 승산 충분해
증류소의 규모가 꽤 큰데요. 앞쪽에 창고가 여러 개 보입니다.
"처음 증류소를 만들고 나중에 2000여 평을 추가로 매입했어요. 지금은 총 3100여 평 정도 됩니다. 위스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스코틀랜드를 돌아다니다 맥켈란 증류소에 갔었는데, 창고가 얼마나 큰지 끝이 안보이더군요. 사업을 시작하고 3년 쯤 지나다보니 숙성 창고 마련하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숙성 창고의 크기가 판매량을 좌우하거든요."
연 판매량을 가늠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위스키 사업은 정말 예측하기 힘들어요.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얼마나 팔 수 있냐는 건데, 우리도 잘 모르거든요. 알코올 도수를 어떻게 낼 건지, 몇 년 동안 숙성할 건지, 숙성하면 증발되는 위스키량은 얼마나 되는지, 모든 걸 계산해야 합니다. 마지막엔 유흥주점과 리테일의 비중을 어떻게 맞춰서 유통시켜야 하는지 까지 모든 게 쉽지 않더군요."
그럼 왜 굳이 한국에서 위스키를... 수입시장은 있어도 제조시장은 빈약한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도전을 좋아하기도 하고, 예전에 수제맥주 사업을 시작할 때도 똑같았죠. 시장이 없었거든요. 너 영어 잘하니 미국에서 좋은 술 골라 수입하면 편할 텐데 왜 사서 고생이냐, 이런 말을 듣기도 하고. 그런데 제 손으로 한국에서 만들어 파는 게 훨씬 더 재미있어요.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도 위스키를 만든다는 기쁨을 주는 게 너무 뿌듯해요."
한국에 없으니 만든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왜 한국산 위스키는 없냐는 말, 많이 들었어요. 일본은 ‘야마자키’가 유명하고 대만도 ‘카발란’을 만드는 데 우린 왜 없지 싶었는데, 이젠 때가 된 것 같더군요. 국내선 욜로(You Only Live Once·당신의 인생은 한 번뿐이다) 스타일이 트렌드가 되면서 양보다 질을 따지게 됐고, 해외선 K문화가 각광받으면서 K-위스키도 승산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기원의 물량 중 절반은 수출이 진행되고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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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한 쓰리소사이어티스 대표
미국 교포로 UCLA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와 아리랑방송에서 기자, 앵커, PD로 일했다. 이후 글로벌 홍보대행사 에델만코리아를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지사에서 최연소 임원으로 일했다. 2013년 수제맥주 양조장 ‘핸드앤몰트’를 창업하고 연 매출 6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8년 세계 최대의 맥주기업 AB인베브에 핸드앤몰트를 매각하고 현재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대중에겐 모델 송경아 씨의 남편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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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주세가 큰 걸림돌
최근 출시한 ‘기원 위스키 배치1’의 수출물량입니까.
"미국과 싱가포르는 이미 수출 일정이 잡혔어요. 4월 초에 미국에 나갈 예정입니다. 배치1은 1회차 분량이란 의미인데, 매 배치마다 물량이 다 다르게 나올 겁니다. 한정판이죠. 이번 배치1은 대략 1만병 정도 생산했어요."
국내외 해외 물량을 똑같이 배분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저희가 수출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때문입니다. 저희도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한국은 위스키에 붙는 주세가 셉니다. 얼추 기원 한 병이 1만원이라면 세금이 5000원이에요. 나머지 5000원으로 인건비, 원료비, 마케팅비, 유통비 모든 걸 감당해야 해요. 그런데 수출물량은 영(0)세에요. 그런 세금이 붙지 않아요. 저희에겐 수출하는 게 훨씬 낫죠. 반면 전통주는 세금을 50% 감면해주고 온라인에서도 유통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기원 입장에선 불공평하죠."
쓰리소사이어티스는 해외에선 아직 신생 증류소 아닙니까.
"2021년부터 해외에서 내로라는 주류품평회에 참가해 수상해왔습니다. 지난해엔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2020년엔 위스키 관련 글로벌 매거진에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전 세계 증류소 10개를 꼽았는데 거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어요. 이 모든 건 배치1이 나오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미국에서 위스키 유통사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싱글몰트위스키가 나온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해주더군요. K-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대단합니다. 충분히 위스키 강국이 될 수 있어요."
내년엔 흑자 전환, 상장이 목표
전 세계에 싱글몰트 브랜드가 꽤 많은데, 현재 기원의 목표라면.
"10년 쯤 후에는 카발란급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기후가 더 맛있는 싱글몰트를 만들어낼 겁니다."
최근 신세계와 롯데 등 이른바 대기업까지 위스키 제조에 나서면서 시장이 커지는 분위기인데요. 경쟁자들의 덩치가 꽤 큽니다.
"우선은 증류기 문제가 클 겁니다. 저희는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직접 디자인해서 스코틀랜드 증류기회사인 포사이스에서 맞춤 제작했거든요. 그 회사는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올해 안에 증류기를 받아볼 수 없을겁니다. 아마도 정말 빨리 증류를 시작한다면 2024년 중순 쯤일거고 숙성기간도 있으니 1~2년 기다려야 겠죠. 그럼 2026년이나 2027년 즈음일 텐데, 그때쯤 저희 위스키는 또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인수제안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있긴 했는데 다 거절했어요. 전 충분히 상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거든요. 아직은 투자금에 비해 적자인데, 올해가 지나면 흑자로 전환될 거예요. 증설해서 판매량이 늘면 그 때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겁니다."
글로벌 기업 임원에서 수제맥주, 위스키사업까지 여러번 변신을 거듭했는데요.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최소한 5년에서 7년 뒤라고 생각하는데, 와인에 도전할까 합니다. 와인전문가들이 우리 기후엔 스위트와인이 어울린다고 하는데, 그것도 충분히 명품이 될 수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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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꽃길
봄의 전령을 쫓아 나선 상춘객들에게 제주는 탐스럽고 다채로운 꽃망울로 화답합니다. 늦게 핀 토종 동백부터 매화, 유채, 벚꽃, 수국까지 섬 곳곳에 만개한 아름다운 꽃길을 류진 칼럼니스트가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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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로, 유채꽃과 벚꽃의 앙상블
봄볕과 채 가시지 않은 겨울바람이 옥신각신하는 초봄 제주 땅은 온통 샛노란 꽃잎으로 뒤덮인다. 제주도 동쪽 바다와 성산일출봉을 내려다보는 수려한 해안절벽 위 유채가 금빛 파도처럼 넘실대는 섭지코지 유채 언덕, 4월이면 청보리의 초록 물결과 유채꽃의 노란 물결이 어우러진 풍광을 만나는 가파도 등이 앞 다퉈 상춘객을 홀리지만 유채 절경의 백미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다. 오름의 여왕 ‘따라비오름’과 걷기 좋은 트레일 ‘갑마장길’로 유명한 이 마을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꼽힌 ‘녹산로’가 있다. 거친 제주 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지나가는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이 길 위에 서면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만발한 풍경과 만난다. 차를 타고 천천히 달리든, 유채밭과 벚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에 서서 윤슬처럼 반짝이는 꽃망울에 취하든 누구나 물오른 봄의 한 장면이 될 수 있다. 남다른 꽃놀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가시리 마을 공동 목장에서 말을 타고 7만평 부지 위에 펼쳐진 유채꽃 광장으로 향하자. 유순한 제주마 등에 올라타서 새의 시선으로 꽃의 얼굴을 조망하는 즐거움이 있다.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찾으면 유채꽃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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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늦게 피는 동백
겨울에 꽃피우는 나무, 동백은 낙엽이 수북이 쌓이는 11월부터 제주도를 붉게 채색한다. 혹한의 눈발 속에서도 선연한 자태를 자랑하는 겨울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샛노란 수술과 새빨간 꽃잎을 가진 토종 동백의 개화는 봄 한복판, 3월과 4월에 절정을 이룬다. 제주 곳곳에서 만나는 동백 군락 중 남원읍 신흥 2리의 동백나무 군락지는 토종 동백으로 가장 유명한 곳. 1973년 제주도 기방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된 이 작은 숲엔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 끝이 보이는 높이 20~40m의 키 큰 동백나무들이 즐비하다. 잘 다듬은 넝쿨 같은 키 작은 애기 동백과 달리 울울창창 드높게 자란 이유는 세월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이곳 동백나무의 목생(木生)은 무려 300여 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한다.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다 둘러보는 숲 산책을 마친 후엔 마을 곳곳을 둘러보자. 동백마을 방앗간에선 마을 할망들과 동백고장보전연구회가 함께 만드는 순도 100% 동백기름을 맛보거나 살 수 있다. 방문자 센터에선 동백꽃으로 비누 만들기나 동백유로 음식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을 상시 운영한다. 방앗간 앞 ‘동백마을 도예공방’에선 동백꽃을 비롯해 제주도의 자연과 꼭 닮은 도기를 빚는 도예가 박선희의 작품을 구경하거나 살 수 있다. ‘꽃놀음’할 시간이 좀 더 있다면 옆 동네도 들러보자. 한국에서 가장 큰 애기동백나무를 만날 수 있는 위미리 제주동백수목원과 그 앞에 자리 잡은 동박낭카페, 동백꽃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신례리 동백포레스트, 안덕의 ‘카멜리아 힐’ 등 동백꽃을 눈에 실컷 담을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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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애리, 모든 꽃을 만나는 동산
꽃 보러 여기 저기 다닐 여유가 없다면 꽃이 한데 모여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남원읍 신례리, 한라산 자락에 자리한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선 철마다 봐야 할 꽃들이 제때에 피고 진다. 휴애리의 봄을 깨우는 첫 주자는 매화. 2월부터 3월 말까지 이어지는 매화 축제에선 벚꽃보다 일찍 망울을 터뜨리는 매화의 우아한 자태를 만날 수 있다. 한라산의 산세와 제주 바다, 야자수와 유채꽃을 한 눈에 품을 수 있는 유채 광장은 제주다운 풍경 앞에서 인생 ‘꽃’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명소다. 4월엔 동백과 유채, 매화의 바통을 잇는 늦봄의 전령, 수국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랑, 보라, 흰색 수국이 탐스럽게 핀 산책로를 지나 아찔한 수국향에 취할 수 있는 수국 온실 등 볼거리가 꽤 많다. 온실에서 키운 봄수국이 생을 다하면 6월엔 노지에서 피어나는 유럽 수국이 공원 곳곳을 가득 채운다. 흑돼지와 제주말, 염소, 토끼, 오리 등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농장, 곤충체험관, 이국적인 노천 테라스를 가진 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한나절 알찬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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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사, 비밀스러운 이끼 숲
꽃향기에 실컷 취한 후엔, 초록빛 잎과 풀, 이끼가 가득한 숲에서 피톤치드에 몸과 마음을 적실 차례. 제주에선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숲, ‘곶자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수풀과 덤불로 우거진 숲이라는 뜻을 가진 곶자왈은 쉽게 말해 ‘용암숲’이다. 오름에서 분출한 마그마가 식어 형성된 돌무지 위에 바람에 실려 온 흙과 씨앗이 쌓이며 뿌리로 바위를 거머쥔 나무들, 덩굴처럼 얽혀 자란 가지, 그 울창한 나무 군락이 만드는 그늘 아래에서 사철 내내 푸르른 이끼와 양치식물이 만들어진 신비로운 원시 숲이 그 안에 있다. 화순과 조천에 이름이 잘 알려진 곶자왈 숲이 있지만 인적 드문 비밀 숲에서 고요한 쉼을 취하고 싶다면 효명사로 향하자.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516도로 초입, 한라산의 정기가 모이는 지점에 우뚝 선 기암인 ‘한라산 선돌 바위’ 아래에 자리한 작은 법당으로, 암자를 지나 오솔길을 조금만 더 내려가면 ‘천국의 문’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치형 출입구가 나온다. 콩짜개 덩굴로 뒤덮인 이 돌문 뒤엔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같은 이끼 숲이 펼쳐진다. 각양각색의 양치식물과 바위를 억척스럽게 거머쥔 채 자란 나무들, 이끼 옷을 입은 바위들이 만드는 절경 앞에 서면 비현실적인 시공간에 서 있는 기분마저 든다. 한라산에서 출발한 계곡물이 세차게 떨어지는 별이 폭포의 맑은 물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한가로운 산책을 즐겨볼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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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낭만주의의 대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
이번 주말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으로 하루를 시작해보시는 거 어떨까요. 황장원 클래식칼럼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를 들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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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라흐마니노프 기념의 해’이다.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는 1873년 4월 1일 러시아 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나 1943년 3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유난을 떨 필요는 없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그의 생전이나 지금이나 전 세계 청중으로부터 변함없는 각광과 사랑을 받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대의 전문가들, 다시 말해 비평가, 음악학자, 역사저술가들의 시각은 사뭇 달랐다. 그 단적인 예로 1950년대에 발간된 ‘그로브 음악사전’ 5판의 필자는 이렇게 썼다.
“라흐마니노프는 당대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작곡가로서는 그가 살았던 시대에 속했다고 평가되는 일은 거의 없다. …… 생전에 그에게 어마어마한 대중적 성공을 안겨준 소수의 작품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연주자들도 그의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오늘날 그런 편향된 평가에 동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은 연주회 흥행의 보증수표로 통하고,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과 ‘교향곡 2번’도 여전히 각광받고 있으며, 만년의 걸작들인 ‘교향곡 3번’과 ‘교향적 무곡’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24개의 전주곡, 두 세트로 이루어진 회화적 연습곡, 피아노 소나타 2번,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 피아노 독주곡들은 다수 피아니스트들에게 선망과 도전의 대상이다.
차이콥스키의 후계자
작곡가로서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 낭만주의의 마지막 대가’로 자리매김한다.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타네예프와 아렌스키에게 작곡과 이론을 배웠는데, 두 스승은 차이콥스키의 뒤를 이은 러시아 낭만주의의 적자들이었다. 음악원 시절 라흐마니노프는 진지하고 과묵하며 어딘지 음울한 성격의 학생이었다. 게다가 남달리 고집이 세고 주관이 뚜렷해 스승들에게 대들기도 했다. 일례로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완성해서 시연했을 때는 지휘를 맡은 선생님의 간섭을 단호히 거절했을 뿐 아니라 리허설 과정에서 지휘자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자칫 스승과 학우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그의 출중한 재능과 조용한 자신감은 오히려 찬탄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라흐마니노프는 단막 오페라 <알레코>를 졸업 작품으로 제출하여 최우수 성적으로 음악원을 졸업했는데, 이 오페라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관심도 끌었다. 차이콥스키는 <알레코>가 황실 오페라 극장에서 상연되도록 주선했는데, 그것도 자신의 오페라와 나란히 무대에 올리겠다고 제안하여 스무 살의 작곡가를 놀라움과 감격에 빠트렸다. 차이콥스키는 라흐마니노프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라흐마니노프도 존경하는 차이콥스키를 귀중한 멘토로 여겼다. 얼마 후 차이콥스키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그는 ‘비가 트리오 2번’을 예술적 아버지의 영전에 바쳤다.
두 작곡가는 공통점이 많았다. 공히 우울한 기질을 타고난 천재였고, 독일 음악의 토대 위에서 러시아 특유의 멜랑콜리를 풍부하고 깊이 있는 선율로 노래할 줄 알았다. 문제는 라흐마니노프가 그런 낭만주의적 어법을 평생 고수했다는 데 있었다. 그의 성숙기는 음악계에 아방가르드의 조류가 급격히 범람하던 시기와 겹쳤고, 덕분에 그는 시대착오적인 작곡가, 대책 없는 보수주의자로 폄훼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 그의 음악은 너무도 빼어났다. 무엇보다 기법적 완성도에 더하여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드는 묵직한 진정성이 그의 음악에는 존재한다. 결국 음악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이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러시아의 전설적인 피아노 스승 즈베레프 문하에서 수련을 쌓은 그의 피아노 연주 실력은 쟁쟁한 학생들이 많은 모스크바 음악원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했다. 다만 젊은 시절의 그는 피아노 연주보다는 작곡에 더 뜻을 두어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 두 개의 인기 피아노 협주곡 외에도 두 개의 교향곡, 칸타타 교향곡 ‘종’, 교향시 ‘망자의 섬’, 그밖에 여러 가곡과 피아노곡을 발표했고, 지휘자로서도 크게 인정받았다.
그러나 1917년의 러시아 혁명 직후 서방으로 망명한 그에게는 한 동안 작곡에 전념할 겨를이 없었다. 거의 빈털터리로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왔기에 작곡보다는 생계유지에 유리한 연주가 활동에 무게를 두어야 했던 것이다. 망명 이후 그는 피아니스트로 변신하여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작곡 활동은 생활의 안정과 여유를 되찾은 1930년대에 들어서야 재개했는데, 주로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소수의 작품만을 남겼다.) 투명하고 다채로우면서도 따뜻한 음색, 완벽에 가까운 기교, 절제된 접근 속에 기품이 배어있는 표현력, 절묘한 균형과 통일성을 담보하는 구성력 등을 아우른 그의 고전적 피아니즘은 두고두고 귀감이 될 만한 것이었다. 실로 그는 ‘거장 피아니스트들의 전성시대에도 서너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대한 피아니스트’이자 ‘쟁쟁한 기교파 피아니스트들 사이에 홀로 떠있는 별’(해럴드 숀버그)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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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My 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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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그린티 씨드 히알루론산 세럼 기획전
고효능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3월 20일부터 ‘뉴 그린 장원영 네컷’과 함께 특별한 할인 혜택으로 구성된 ‘그린티 씨드 히알루론산 세럼 기획전’을 진행합니다. 브랜드 모델 장원영의 미공개 컷으로 구성된 ‘뉴 그린 장원영 네컷’ 증정과 함께 기획전 기간 추가 할인까지 더해져 새로워진 ‘그린티 씨드 히알루론산 세럼’을 누릴 수 있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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